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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3
2021 SPRING

KCL LIFE, 당신의 삶에 안전함의 점을 찍다

중대재해처벌법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하자!

박경남 e대한경제 기자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디데이(D-Day)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어 본격적인 시행을 예고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아직 설익은 상태다. 용어의 정의와 적용 범위는 여전히 모호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부담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
올 하반기 하위법령을 통해 윤곽이 드러나게 될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인 범위와 수준에 따라 적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들이 전과자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가 남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투자 확대보다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매몰된 가운데 대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 위한 인력이나 예산을 서둘러 확보하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속속 갖추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잇단 발의…우여곡절 끝에 통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은미 의원(정의당)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법률을 발의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처음 던졌고, 이후 11월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을 연이어 발의하며 합류했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같은 해 12월, 임이자 의원(국민의힘)과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과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을 발의 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급물살을 탔다.
국회는 이들 법률안을 통합해 대안을 제안했고, 올 1월 열린 국회에서 대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1월 19일 국회의를 통해 공포안 의결을 거쳐 1월 26일 공포되면서 1년이 지난 내년 1월 27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업주·경영책임자 1년 이상 징역·10억 원 이하 벌금

중대재해처벌법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등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제정의 불을 지폈다.
사업주, 법인,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해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나 안전관리 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종사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보건상의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사업주나 법인, 기관이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한 경우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때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①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②재해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에 관한 조치 ③중앙행정기관 등이 관계 법령에 따라 시정 등을 명한 사항 이행에 관한 조치 ④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으로 규정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와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는 하위법령에 위임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규칙 제정안을 마련해 4월 중 관계부처 협의, 5월 입법예고를 거쳐 7월 국무회의에 올릴 예정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이나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고의범에 적용하는 하한형…처벌에 매몰

중대재해처벌법의 최대 쟁점은 지나친 처벌 수준이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종사자가 사망할 경우 도급인을 포함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대목이다.
산안법상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죄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처벌이다.
심지어 징역의 하한형은 형법에서도 고의범에게 주로 적용하는데, 과실로 인한 사고에 하한형을 적용하는 건 유례없는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 처벌 대상도 논란거리다. 대형건설업체의 경우 보유 현장 수가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해외 현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개별 현장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 세부조치들을 일일이 확인·관리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범위와 수준은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와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는 하위법령에 위임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올 하반기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규정이 관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처해야 하는 기업들은 하위법령에서 규정하게 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책임져야 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산업안전 예방 시스템 구축에 대한 부담과 처벌 여부·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는 주체도 다양하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는 주체들이 안전관리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그런데 산업안전 예방 시스템 구축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사업주·경영책임자에 과도한 수준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부여될 경우 산업안전 예방 시스템 구축에도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게 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범위와 수준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산재가 발생하게 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이행 여부를 따질 수밖에 없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의무를 규정한다면 중소기업의 사업주·경영책임자들은 잠재적인 전과자 신세가 된다.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범위를 기존 산안법과 보조를 맞추면서 실제 이행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