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KCL이 만난 사람

유해물질로부터자유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동행, 유자학교

글 | 김미미 한국표준협회미디어 사진 | 엄태헌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에요.
이곳만큼은 유해물질에서 자유로운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안전하고 행복한 교실 환경이 조성됩니다.
학교와 정부는 물론 물품이나 자재를 생산하는 분들에게 유자학교 캠페인에 동참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만들기’란 주제로 기획된 ‘유자학교’ 캠페인은 아름다운재단과 (사)일과건강이 3년간 함께 해오고 있는 협력사업이다. 어린이들의 생활환경 속 유해화학물질 실존 정도와 그 위험성은 꾸준히 언론과 시민단체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현실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지 속팀 권연재 팀장과 일과건강 대외사업팀 박수미 팀장을 만난 이유다.

지금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나요?

최근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실태조사를 한 결과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내 체류하는 먼지와 학습교구를 비롯한 어린이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환경호르몬(카드뮴, 프탈레이트, 납)과 각종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된다고 해요. 이는 아이들 뇌기능에 악영향을 줘서 IQ를 낮추거나 ADHD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성호르몬을 교란하는 등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녹색서울실천공모사업에서 서울 소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환경 화학 안전점검을 진행한 결과,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서 납, 카드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다량 검출되는 것을 밝혀낸 적이 있어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실시한 <어린이용품 유해물질 실태조사(2018)>에서는 어린이제품 2,000여 개 중 지우개, 필통, 실내화 등 63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프탈레 이트가 검출되었다는 결과도 있었죠. 초등학교에서 사용되는 제품(건축재, 마감재, 교구 등) 중 50%는 PVC(폴리염화비닐) 재질의 플라스틱 제품이며, 그중 30%의 제품에서는 납과 같은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섞여 있어요. 이러한 제품이 환경 민감계 층인 어린이와 밀접하게 접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학교가 믿을만한 곳이 못 된다고 인식하게 되죠.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유자학교’는 부정적이고 거부감 드는 ‘유해물질’이란 단어를 상큼한 유자의 이미지로 상쇄시키자는 의미로 만들어졌어요. 아이들과 사회에 작게나마 변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바람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 선생님,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인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는 것을 돕고 있어요. 거창하지 않아도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그 위험성을 본인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많은 환경보건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교사들이 이 뜻에 동참해주고 있습니다.
이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입소문을 타면서 우리 환경에 크고 작은 반향을 일으켰죠. 학생들은 평소 사용하는 학용품과 체육·생활용품 선택에 더 고민하게 되고, 구매하기 전엔 먼저 제품 뒷면의 재질과 안전마크부터 꼼꼼하게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게 됐어요. 아이들 스스로 직접 행동하게 유도해서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한 것이죠. 우리는 학생 본인 주변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를 먼저 만들어주려고 해요.

캠페인은 어떤 내용인가요?

학부모와 아이에게 거부감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템과 이야깃거리가 필요했어요. 예컨대 유자학교에서는 XRF(X-선 형광분석기)를 사용해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유해성분을 직접 측정해 주거나 마트에서 안전한 상품 찾기, 천연 마스크 및 비누 만들기, 플라스틱 줄이기 선언문 쓰기 등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학습교구나 장난감 속 유해물질이 건강에 해로울수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매우 놀라요. 경각심을 느낀 아이들은 제 이야기를 더 주의 깊게 듣고 참여도 잘해요.
유자학교 수업은 화학물질의 유해성만 강조하지 않고 안전한 사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때문에 유익하다고 자부합니다. 수업을 거듭할수록 참여한 아이들에게서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이 느껴져요. 물건을 살 땐 꼭 국가통합인증마크(KC)나 친환경 표시를 먼저 확인하게 됐다는 학생들도 많아졌어요. 어떤 학생은 이 문제를 넘어 재활용쓰레기, 지구 온난화등 다양한 환경문제에 관심 분야를 넓혀가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학교가 좋아지기 위한 물리적 환경이나 시민들의 인식은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아직 바뀌어야 할 것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호르몬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한 사회적 대응과 교육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두 사람은 강조한다.

유자학교가 사회에 불러온 변화는 무엇이 있나요?

유자학교는 올해까지 전국 11개 시도에서 74개의 학교, 121개의 학급과 교사 109명 및 학생 2,851명이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확산 지역과 접촉 계층이 넓어지고 있어요.
요즘은 학교 구성원들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많이 체감하고 있어요. 교육환경 속 화학적 안전을 정확히 인지하려는 관심과 직접 가족을 지키며 실천 하려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2015년 만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기준을 확립한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안전기준을 준수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요. 하지만 교실 속 많은 품목은 어린이용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규제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죠. 유해물질은 이런 사각지대에서 지금도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법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유자학교 프로젝트를 계기로 2021년 3월에는 서울시의회 및 서울·광주·세종교육청에서 <학교 교육환경 유해물질 예방및 관리 조례>가 통과되었어요. 이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주생활공간인 학교를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행정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무엇입니까?

캠페인이 더욱더 넓게 전국 곳곳에 확산하길 희망합니 다. 무엇보다 안전한 제품이 원활하게 공급되길 바라고요. 유해물질이 적은 제품들만 생산·유통되는 사회구조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합니다. 어린이용·학습용으로 표기하지 않으면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식하는 생산자들이 여전히 많아요.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이 기준치보다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 백 배까지 초과 검출되는 제품을 지금도 쉽게 찾을 수가 있어요. 우리 모두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많은 분들이 유자학교에 뜨거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유자학교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아름다운재단의 후원 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유해물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요.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와 유자학교 공식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에 더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놓았으니 확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KCL의 협조를 받아 유해물질 시험 등 교육 콘텐츠의 품질을 높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의 일상생활과 추억의 큰 부분인 학교라는 공간이, 제한되어야 하는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