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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주요 트렌드와 기업의 대응전략

ESG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존속 측면에서도 중요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ESG 주요 트렌드와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글 |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조직은 신뢰할 수 있는 회사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신뢰는 올바른 일을 하는 회사문화를 기반으로 하며, 이것의 중심에는 좋은 리더십과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시작되는 명확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하워드 쇼(Howard Shaw)

국내외 ESG 경영의 현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중소기업 1,0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 ESG 경영 대응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8%의 기업이 ‘ESG 경영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으나, ‘ESG 경영이 준비됐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25.7%에 그쳤다. 기업들이 ESG 경영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로 비용부담(37.0%), 인력부족 (22.7%)과 기타 가이드라인 부재, 필요성에 대한 확신 부족, 복잡한 ESG 기준 등을 꼽았는데 이러한 문제는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역시 ‘ESG에 대한 전문성 부족(37.6%)’과 ‘전문인력 미비(10.8%)’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했다. 또한 ESG 경영은 공시활동이 필수인데, ESG 공시가 부담된다는 비율은 72.1%에 이르는 등 ESG가 기업 경영활동의 제약이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경영 상식이 된 ESG

최근 한국에서는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조직과 비영리조직도 ESG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 내부적으로 ESG 개념과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으나 어느새 기업 경영의 상식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공공조직도 ESG 위원회를 만들고, 공공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ESG 관점으로 재편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영리조직은 어떠한가? 기업과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조직과 공공과 협력하는 비영리조직 또한 ESG를 배우는 데 열심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300대 기업의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최근 ESG에 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81.4%는 지난해 대비 ESG 관련 사업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고, 88.4%는 ESG 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82.6%는 ESG 전담부서를 운영하거나 운영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정부 차원의 ‘ESG 인프라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의 ESG 공시와 관리의 용이성을 위해 ‘K-ESG 가이드라인’ 마련은 물론, ESG 공시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기업지배구조 현황을 공시토록 했고, 올해부터는 자산 1조 원 이상까지 의무공시 대상이 확대됐다. 그리고 2026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또한 2025년부터는 지배구조 이외에 환경 관련 기회와 위기요인 및 대응계획, 노사관계, 성평등 등 사회이슈 관련 개선 노력 등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금을 조달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의 방법도 바뀌기 시작했다. 작년보다 열기가 덜하긴 하지만 여전히 ESG 채권을 발행하여 환경과 사회에 이로움을 만드는 곳에 사용한다든지, 환경적 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산업은행이 중견기업의 ESG 채권 발행을 지원하거나, 건설업계도 친환경 바람을 타 적극적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여 친환경 건축물 공사와 환경기업 인수, 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하고 있다. ESG 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1년 말기준, 전 세계 ESG 펀드 규모는 2조7,443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66%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펀드시장은 에너지와 같은 실물자산 관련 펀드와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 주식시장의 글로벌 ESG 펀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면서 에너지전환 테마펀드 운용 규모가 커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어느덧 ESG는 이제 섹터와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사용하는 상식적인 단어가 되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2019년 10월, 6개의 NGO는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인 토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토탈이 우간다에서 진행하는 틸렝가(Tilenga) 프로젝트 중, 원유 시추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의 토지를 강압적으로 취득하고 환경 오염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법원은 토탈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결국 토탈은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생물다양성 보전계획을 수립하고 토지매입도 감독기구의 관리를 받으며 진행했다. 이 같은 NGO의 기업에 대한 견제는 프랑스가 2017년에 도입한 ‘공급망 실사법’ 때문에 가능했다.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이 원료나 부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환경파괴와 같은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점검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재하는 내용이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올해 2월, EU 집행위원회는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을 공개했다. 이는 EU 지역에 있는 기업 중 약 1%에 해당하는 9,400여개 기업이 바로 적용되는 지침으로, 역내 기업과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회사를 상대로 국제적으로 합의한 탄소중립 준수와 생태계 교란 등 환경을 파괴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강제노동, 아동노동 등 인권침해 요소는 없는지, 작업장의 안전은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기준을 국가별로 수립도록 했다. EU는 당장 적용받는 그룹1과 2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그룹2로 구분하고, 일단 중소기업은 배제했다(이로 인해 기업에 유리하게 적용한 소극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룹1은 임직원 500명 이상, 연 매출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 원) 이상의 대기업을, 그룹2는 섬유, 가죽 제조, 의류, 농업, 임업, 어업, 농산물 및 목재 도매, 축산, 음식료 업, 광물 추출 및 제련, 중간 광물 제품의 도매 등 고위험 섹터의 임직원 250명 이상, 매출 4,000만 유로(약 540억 원) 이상 기업이 해당한다. 이처럼 ESG 경영을 하려는 기업은 역량과 인력의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고, 각 국가는 ESG 경영을 필수로 하도록 강제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의 브레이크, 핸들 그리고 리부트

과거 기업에 주어진 지상과제는 이윤 창출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기업이 지구와 환경,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사회적 자본을 숙주로 삼아 생명을 유지하는 유기체임을 망각하게 했다. 이 결과 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무적 성과를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조직이 되었다. 2018년 미국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기업에 대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책임 있는 자본주의 법’이 발의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181명의 경영진이 모여 더는 주주가치가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경영을 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업의 새로운 목적’을 선언했다.
흔히 자동차의 성능을 설명할 때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멈추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ESG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과도한 경쟁으로 멈추는 방법을 잊은 기업에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돕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리고 기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바르게 갈 수 있도록 핸들 역할을 하며, 문제가 있는 조직의 경우, 재정비를 위해 과감히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리부트(재시동)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즉 과거에 해오던 경영활동이 올바른지 속도를 줄이고 되돌아보며 주위의 이해관계자를 살펴보는지, 비즈니스 목적의 전환을 위해 기존 관성력을 이겨낼 만큼의 핸들을 돌리고 있는지, ESG 경영의 내재화를 위해 다시 태어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리부팅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처럼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요즘,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좋은 세상’보다 ‘옳은 세상’이 먼저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기업은 좋은 것, 더 좋은 것을 추구해 왔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승자독식의 기쁨을 누리고자 했다. 이러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도태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ESG 경영은 좋은 세상이 아닌, 옳은 세상을 만들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투자자가 쏘아 올린 ESG 경영, 이제는 민간과 공공, 비영리가 말하는 공용어가 되었다.

그러면 말뿐이 아닌 성과를 내는 ESG 경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ESG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기업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각 회사가 ESG 경영을 도입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ESG 경영은 아직 국내외 대기업과 상장사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거래하거나 수출하는 중소기업 역시, ESG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ESG의 각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해당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숙련이나 충분한 이해, 그리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좋은 ESG 평가를 받으려고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ESG라는 잣대를 가지고 회사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이왕 ESG 경영을 도입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ESG 경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과 사회에 대해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인 거버넌스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못할 일도 아니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궁극적으로 ESG 영역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기업의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만 하는 것부터 하나씩 할 필요가 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이해관계자 식별 및 참여를 통해 ESG 경영의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ESG 경영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직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즉 기업이 만드는 ESG 이슈에 비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활동을 하고 이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을 통해 성과와 미흡한 것을 공유하고,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경영진의 관심이 중요하다. 2021년 8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발표한 ESG 모범규준에서도 최고경영진의 역할을 강조했다. ESG 경영이 조직 내 작동되고 뿌리를 내리려면 경영진의 실천의지 표명과 실천이 필수라는 것이다. ESG 경영은 경영자부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마무리까지 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정된 컴플라이언스 경영인증시스템인 ISO 37301의 개발을 주도한 하워드 쇼(Howard Shaw) ISO 기술위원회 의장이 “조직은 신뢰할 수 있는 회사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신뢰는 올바른 일을 하는 회사문화를 기반으로 하며, 이것의 중심에는 좋은 리더십과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시작되는 명확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현시대는 투자자와 기업에게 ESG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와 거버넌스와 같은 요구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의 요구수준은 과거와 다르고 기업이 체감하는 정도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ESG가 한순간의 유행으로 그칠지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일시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러면 기업은 어떠해야 할까? 어차피 할 것이라면 제대로 해서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으로 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속가능 경영, 사회적 책임, ESG 등을 연구하는 지속가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윤리준법경영인증원 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이화여대, 한양대, 경희대, 명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