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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AUTUMN VOL.05

special

KCL - SPECIAL
PART 1 · 글로벌 리포트

세계는 지금 모빌리티
새판 짜기 경쟁 중

글로벌 기업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미래 이동수단을 혁신 성장의 아이콘으로 삼으며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미래 이동수단의 글로벌 동향을 살펴보자.

profile

차두원 소장은 모빌리티산업 전문가로 아주대 산업공학과 자동차 인간공학 박사, 전 현대모비스 연구소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팀장,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및 정책위원, 전 코드42 정책 총괄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이동의 미래>가 있다.

글 • 차두원(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소장)

모빌리티 정의를 아시나요?

최근 모빌리티 산업은 이동수단을 작동하기 위한 기계·전자 등 필수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 확장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모빌리티에 대한 합의된 정의, 산업 분류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국내외 기업의 자문과 프로젝트 수행, 모빌리티 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 분석 및 관련 연구 경험을 종합하면 모빌리티산업의 키워드는 다양성, 접근성, 사용자 경험, 안전 네 가지다.

첫 번째는 다양성이다. 기존 택시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지하철·철도·항공 등은 이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 모빌리티, 자율주행자동차, 도심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등장했다. 이들은 함께 연결되어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정책 대상이자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모빌리티산업 활성화는 사용자에게 이동수단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접근성이다. 기존 이동수단은 정류장, 지하철역 등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 정해진 시간에만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모빌리티 서비스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현재 위치로 호출하는 온디맨드(on-demand),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활용해 주변 자전거, 전동 킥보드, 공유 차량 등의 검색이 가능하다. 이동수단 중심에서 사용자의 접근성 향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과 서비스 핵심 가치가 이동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은 출발지에서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이동수단이라고 부른다.

세 번째 사용자 경험은 위에서 언급한 다양성, 접근성과 함께 새로운 이동수단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내연기관이 사라져 실내 공간이 넓고,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능이 결합한 전기차 로보택시는 운전 대신 자동차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시간과 공간의 개념,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로보마트(robo mart)고 부르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요구가 높아지고, 증가하는 배송 물량과 배송원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

마지막은 안전이다. 이동수단을 활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안전이다. 특히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 GM의 슈퍼 크루즈 등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등장하면서 운전자의 과도한 자동화에 대한 신뢰로 안전에 대한 부주의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전동 킥보드, 자전거 등과 차량의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포드는 V2B(Vehicle to Bike) 통신 시스템을 개발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등 안전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빌리티를 정의해 보면 먼저 소비자 서비스 관점에서는 ‘이동수단의 다양성, 손쉬운 접근성,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안전한 이동을 위한 모든 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모빌리티업체를 표방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면 인간과 사물의 물리적 이동을 가능케 하는 모든 이동수단과 서비스 연구개발, 사용자 경험과 상호작용 설계, 시장 출시, 운영 및 유지보수와 폐기까지 전 과정으로도 정의가 가능하다.

최근 모빌리티 산업은 이동수단을 작동하기 위한 기계·전자 등 필수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 확장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산업의 끊임없는 새판 짜기

이러한 모빌리티 산업을 빠르게 진화시킨 기업은 바로 우버와 구글이다. 2012년 설립해 전 세계 라이드 셰어링(승차 공유) 시장을 뒤흔든 우버는 2018년 기업 가치가 미국 자동차 빅 3(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넘어 완성차업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뒤이어 등장한 미국의 리프트, 싱가포르의 그랩, 중국의 디디추싱, 러시아의 얀덱스, 인도의 올라, 아랍에미리트의 카림, 브라질의 99는 소프트뱅크 투자와 함께 급성장했고, 완성차업계는 이들 공유경제 기업의 공습에 미래 변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구글에서 자율주행을 전담하는 자회사인 웨이모가 본격적으로 자율주행기술개발에 뛰어들면서 완성차업계도 2015년 이후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주요 완성차업체는 웨이모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시기를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재설정했고, 상용화 목표 달성을 위해 라이다, 인공 지능, 승차와 차량 공유 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인수합병에 나섰다.

하지만 자율주행에 대한 막대한 투자만큼 기술개발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국 상용화 목표 시점이 늦춰지고, 2018년을 기점으로 완성차업체의 전략은 새롭게 전개된다. 투자와 인수합병에서 직접 경쟁 업체인 완성차업체 간 얼라이언스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GM은 2016년 인수한 자율주행 신생 기업 크루즈를 중심으로 혼다, 소프트 뱅크와 협력하고 있다. 포드 역시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스타트업 아르고 에이아이와 폭스바겐이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모빌리티업계의 인수합병이 자주 진행됐다.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던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 승차 호출) 기업에는 어느 시기보다 어려운 때였다. 승객이 급감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우버는 자율주행 전담 개발 조직인 ATG(Advanced Technology Group)를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부서장이 창업한 오로라에 매각했고, 리프트 역시 레벨 5(LEVEL 5)를 토요타에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다. 반면 아마존은 최고 자율주행기술개발 스타트업인 죽스를 헐값인 12억 달러에 인수합병하며 자율주행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앞으로의 향방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pecial

이동수단과 모빌리티 서비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그만큼 사용자가 요구하는 경험 욕구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확장성 높은 모빌리티산업에 완벽한 생태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태계의 특성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롭게 등장한 전기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

자율주행기술개발 기업이 코로나19로 혼돈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전기차는 본격적인 시장 형성에 돌입했다. 스웨덴 컨설 팅업체 EV(volumes.com)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26만 대 대비 43% 증가한 324만 대를 기록했다. 자동차 판매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전기차는 오히려 반전 기회를 맞은 것이다. 또한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내연기관 판매 및 운행 종료 시점을 앞당기려는 많은 국가와 완성차업체들의 경쟁은 전기차 시장 형성을 앞당기고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Super Charger), 현대차 이핏(E-pit), 폭스바겐 위차지(We Charge)와 같이 자체 혹은 서드 파티(third party)를 활용한 충전 에코 생태계 구축도 전기차 확산을 위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도심항공 모빌리티 시장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미국 연방 항공국(FAA)은 도심항공 모빌리티를 “사람이나 물건을 도심 저고도에서 자율 비행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행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기존 항공기 대비 낮은 고도(300~600m)에서 기존 버스, 택시, 철도, 퍼스널 모빌리티 등과 함께 MaaS를 구성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조종사 포함 2~6인승 기체를 사용하며, 기존 항공기와 달리 활주로가 필요 없는 소형 수직이착륙기로 도시 내 혹은 주변 도시 간 100~300km 수준의 거리 이동을 담당한다. 도심 내 버티포트(vertiport, 수직이착륙기 정거장)에서 이착륙하고, 대중교통 등과 MaaS를 통해 연결된다. 버티포트는 개발업체에 따라 볼로콥터는 볼로포트, 이항은 이포트, 릴리엄은 릴리패드, 한화시스템은 버티허브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 기업 가운데 한화시스템은 김포국제공항 주변에 6층 규모의 버티포트를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건설하고 있으며, 2025년 완공하면 미국 오버에어와 공동 개발 중인 시제품을 운영할 예정이다.

도심항공 모빌리티업계의 특징은 코로나19로 투자와 시험 운행이 중단되어 어려움을 겪은 자율주행업계와 달리 코로나19로 오히려 투자가 집중되고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을 기점으로 투자 빈도, 2017년을 기점으로 투자 규모가 급성장했고, 2018~2019년에는 다소 주춤했으나 2020년 급성장해 투자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관심을 받는 업체는 조비 에비에이션과 릴리엄으로, 2020년까지 두 회사의 투자는 전체 도심항공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의 85% 규모인 9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물론 수직이착륙기의 복잡한 하드웨어와 자율주행 같은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최고의 안전 표준과 인증 프로세스는 레벨 4·5 자율주행자동차와 같이 상용화가 쉽지는 않으리라 예상한다.

하지만 경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보잉, 에어버스, 일본항공, 벨 헬리콥터, 제트블루 등 기존 항공기 제작 및 서비스업체는 탄소 저감, 새로운 수송 수단 개발, 전용기 제공 서비스 규모를 넘는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기회를 찾기 위해 도심항공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부 기업은 MaaS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현대차, 토요타, 볼보, 다임러, GM,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와 포르쉐 등도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커넥티드 카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 확대 적용으로 미래 수익 모델 개발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자연히 함께 참여한 인텔, 엔비디아, 텐센트 등도 핵심 부품과 예약 및 이동 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참여하는 등 도심항공 모빌리티 생태계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모빌리티는 끊임없이 진화 중

모빌리티산업 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시스템과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생태계다. 공급자가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소비자는 만족스러운 사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동수단과 모빌리티 서비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그만큼 사용자가 요구하는 경험 욕구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확장성 높은 모빌리티 산업에 완벽한 생태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태계의 특성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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