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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형 노면표시 기술과 도로안전

글 | 배상복 KCL 부품소재본부장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도로안전 투자 확대, 사고예방 노력을 통해 교통안전을 강화해 왔지만, 2021년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5.6명,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1.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비약적으로 개선된 수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하면 높다. 삶의 질 향상으로 국민들의 서비스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쾌적한 생활환경, 도로주행 안전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어 도로안전을 위한 시설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도로 조명시설이 없는 구간에서 운전자가 전방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자동차 전조등과 차선이다. 하지만 전조등의 조사(照射) 범위 한계와 운전자의 차선인지 성능 저하로 야간주행 안전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악천후 시 교통사고는 일반사고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도심에서는 기하 구조가 복잡한 교차로가 많아 차선의 야간 시인성 저하가 교통사고 원인으로 자주 지적된다. 또 사람이 앞을 잘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주행을 하기 어려운 것처럼 자율주행 상태에서 자동차가 차선을 인식할 때도 기상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발광형 노면표시는 이러한 야간 및 악천후 시 교통사고 위험구간, 취약구간에서 도로안전 강화를 위해 운전자에게 안전한 주행여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안전 기술로서 효과적인 대안으로 꾸준하게 시도되고 있다. 발광형 차선을 포함하는 야간 도로정보 시각화 기술은 가로등과 같은 도로 조명시설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조명을 설치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대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네덜란드 도로건설회사 헤이만스(Heijmans)가 아스팔트 도로에 홈을 파서 발광 도료를 주입하는 시공방식으로 네덜란드 오스 지역도로 N329 노선 500m 구간에 시험 운영했다. 이때 발광형 차선의 가능성과 함께 극복해야 할 다양한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다. 최근까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 호주 빅토리아주의 도로교통부는 타막 라인마킹 사와 함께 기존 차선을 대체하는 발광형 차선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2019년부터 국토교통부 도로기술연구사업 ‘외부자극 및 통행차량 특성을 고려한 도로교통 안전 향상 기술 개발’ 연구단 과제를 통해 낮 동안 흡수한 빛을 다시 야간에 방출하는 자체발광형 노면표시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조명이 없는 구간에 높은 발광효율과 내구성을 띠는 자체 발광형 노면표시 제품을 개발하고 관련 표준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에서는 도로에 실제로 기술을 적용하는 실도로 실증평가를 앞두고 있다. 최근 경찰청 ‘도로교통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발광형 차선 적용 근거를 마련했고, 향후 도로안전 취약구간에 이 기술이 적용되면 야간 교통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부자극 감응 재료란 햇빛·온도·수분 등 조건에 반응해서 색 변화, 발광 특성 등을 띠는 스마트 재료를 말한다. 이러한 교통안전 응용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기술 초기단계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핵심 요소기술 개발 및 확보전략 수립을 통해 실제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자율주행차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지만 도로교통 안전소재, 시공, 인프라 분야는 기존 제도정비 미비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인프라에 적용해 미래 교통안전 산업을 주도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