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미디어 속 시험인증

우영우는 몰랐던 회전문의 비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회전문이 자주 등장한다. 한 사람이 회전문을 지나치는 시간은 단 몇 초. 그 짧은 순간에도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표준과 시험인증이 마련되어 있다.

글 | 조고은 한국표준협회미디어 사진ⓒ ENA채널 공식 인스타그램

첫 출근을 하는 변호사 우영우가 회사 건물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문 탓이다. 몇 번이고 걸음을 떼어보려 하지만 진입부터가 쉽지 않다. 문짝에 떠밀리듯, 겨우 원 안에 들어간 영우는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건물 입구에 다다른다. 결국 제자리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 취직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회사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등장하는 회전문은 자폐인인 영우가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상징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영우는 회전문을 피해가기보다 건너가는 방식을 택한다. 회전문을 몇 번이고 돌아도, 그러다 밖으로 튕겨나가도 말이다. 가끔은 직장동료가 회전문 문짝을 잡아서 멈춰주고, 발걸음을 맞춰 함께 건너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우에게 회전문은 어렵다.

회전문 앞에서 주춤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불편할 수 있는 회전문은 왜 설치하는 걸까. 회전문이란 문짝을 회전시켜 출입하는 문으로, 주위를 둘러싸는 곡면 스크린 구조 내에 일반적인 수직회전축과 연결된 두 개 이상의 문짝을 가지고 있는 문을 말한다. 회전문은 문짝이 계속 회전하면서 실내외 공기흐름을 차단하기 때문에 냉방과 보온에 유리하다. 특히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초고층 빌딩이나 대형 상업시설에서 매우 효율적인 출입시스템이다. 건물 안팎의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돌효과를 줄여주면서 엘리베이터 고장이나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초고층 빌딩이 늘어나고 건물의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회전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준도 탄탄해졌다. 회전문에 대한 국가표준인 KS F 2640은 보행자가 이용하는 자동 회전문과 수동 회전문의 작동체계에 관련된 성능 및 안전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자동 회전문에 문 충돌과 문 끼임을 방지하는 안전센서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고, 비상시에 문짝의 중앙부를 220N의 힘으로 밀었을 때 문짝이 열리거나 접히는 구조여야 한다. 자동문 개폐장치의 시험방법인 KS F 2633은 회전문의 회전속도 시험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 크기별로 분당 회전수(r/min)를 측정하고, 결과값을 8회 이하로 제한한다. 이보다 회전속도를 늦춰야할 경우엔 장애인용 감속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 회전문 양쪽 출입구 우측 또는 좌측에 있는 속도제어 스위치를 누르면 회전문은 2r/m 이하의 속도로 운행된다. 영우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좀 더 편안한 발걸음으로 회전문을 통과할 수 있지 않았을까.